잠언의 마지막 장인 잠언 31장의 마지막 부분은 잠시 조선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게 합니다. 유교 문화 속에서 현숙한 여인으로 일컬어지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 본문은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읽게 되면 십중팔구 “웬 고릿적 이야기냐?”고 반발을 할 것입니다. 조선 시대까지 거슬러 가지 않더라도 우리 어머니 적 시절에도 어머니들이 그러했습니다. 남편은 큰일을 해야 한다며 집안의 온갖 허드렛일을 어머니께서 다 하셨습니다. 때로는 고상한 일을 하는 아버지가 제대로 생활비를 대주지 못하는 상황이면 날품을 팔아서라도 생활비까지 손수 마련하셨습니다. 오늘의 본문을 읽다 보면 불과 삼사십 년 전만 해도 그렇게 살아오신 어머니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현숙한 여인은 남편과 자식을 위해 온갖 수고를 아끼지 않습니다. 아끼는 아내로 인해 가난함을 모면하기도 하고(11절), 옷과 이불 등을 부지런히 만들어 장만하고 입혀서 추위에 떨지 않고 남들에게도 궁색하게 보이지 않도록 합니다(13절, 19절, 21절, 22절). 때로는 생활비를 충당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습니다(13절, 14절, 16절, 18절, 24절). 집안일과 밭일까지 부지런히 감당합니다(15절, 16절).
그뿐만 아니라 성품도 훌륭하여 남편을 힘들게 하지 않고 선대(善對) 합니다(12절). 말을 조심하여 지혜와 인애(仁愛)의 말로 사람들을 대합니다(26절). 그리고 자기 집안의 모든 사람들과 종들을 돌보고 관리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15절, 27절). 그래서 남편도, 자식들도자기의 아내를, 자기의 어머니를 입이 닳도록 칭찬하고 감사해 합니다(28절, 29절). 이런 여인을 얻으면 얼마나 복된 일일까요?
그렇지만 아까 잠깐 언급한 것처럼 요즘 시대의 여성들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발끈할 것입니다. 그런데 잠언 31장이 기록되었던 가부장적 시대였던 그 시절에는 이런 여인이야말로 최상의 아내감으로 손꼽혔을 것입니다. 그러면 요즘에는 적용되지 못할 말씀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남녀를 차별하여 남편은 순전히 공경과 섬김을 받고, 아내는 무조건 부지런히 수고하며 섬겨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오늘의 본문의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아 가부장적 문화에서 나온 말씀이라 하더라도 왕의 자리에 오를 아들에게 교훈하는 것임을 전제한다면 지도자로 역할을 해야 할 남편을 위해 아내가 취해야 할 태도의 측면에서 말씀하고 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왕이지만 남편으로서 아내를 위해 남편이 취해야 할 태도를 따로 언급한다면 또 다른 측면에서의 접근이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이미 잠언에서는 남편으로서 음녀에게 빠지지 말고 아내를 귀히 여기고, 아내를 즐거워하고, 가족과 아내를 돌봐야 한다는 말씀을 여러 번 말씀했었습니다.
또 하나의 적용점은 오늘의 말씀이 가부장적 시대에 기록된 말씀인 것을 염두에 둔다면 꼭 아내에게만 적용되는 말씀이 아니라 남편이든, 아내든 배우자가 가져야 할 태도로 받아들인다면 나 자신이 아내로서, 남편으로서 어떤 태도로 가정을, 배우자를 대해야 할 것인지 잘 말씀해주고 있다고 봅니다. 오늘의 말씀은 다른 누구에게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적용해야 합니다. 내가 성실한 마음으로 내 배우자에게, 내 자녀에게, 내 부모에게 헌신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부부관계, 부모자녀 관계가 회복되고, 형제와 자매의 관계가 회복될 것입니다. 상대방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하기 전에 나 자신이 먼저 성실하게 섬기는 모습을 갖추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아내가, 여러분의 남편이 지금 기록된 말씀처럼 살아가는 자라면 어떠하시겠습니까? 물론 ‘아이고, 내 아내(남편)가 이렇게 고생하도록 하면 안 되지요’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여러분의 배우자가 오늘 본문의 말씀처럼 살아간다면 그 배우자에 대한 감사와 존경과 사랑이 넘치지 않을까요? 이런 배우자가 있다면 그 아내 혹은 남편은 자신의 배우자를 굳게 신뢰할 것입니다(11절). 그리고 가정 밖에서도 자신감 있게 행동할 것입니다(23절). 가정 안에서 존경을 받고, 섬김을 받는 자는 밖에서도 자신감을 갖고 살아갑니다. 가정에서 구박을 받고 인정을 받지 못하면 밖에서도 자존감이 떨어져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가정은 그 구성원의 마음이 쉼을 얻고 사랑과 존경과 배려로 재충전되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가 배우자를 위해, 자녀를 위해, 부모님을 위해 배려하고 섬기는 태도로 함께 해야 합니다. 그러면 이러한 가정의 구성원들은 어디에 가서도 인정받는 자의 삶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30절은 “고운 것도 거짓되고 아름다운 것도 헛되나 오직 여호와를 경외하는 여자는 칭찬을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외적인 것은 결국 없어질 것입니다. 외적인 것을 가꾸고 다듬는 것은 영원한 것이 되지 못할 것들입니다. 그러니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만이 가정을 세우고, 공동체를 세우고, 나라를 세우는 기초가 될 것입니다. 잠언 1장에서도 잠언을 시작하면서 잠언 1:7에서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거늘 미련한 자는 지혜와 훈계를 멸시하느니라”고 말씀하며 잠언을 시작했는데, 잠언을 마무리하면서도 여호와를 경외하는 여자가 칭찬을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면서 끝맺고 있습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오직 여호와만을 경외할 때 나오게 됩니다. 아무리 외적으로 잘 꾸미고 외형적인 성공을 맛본다 하더라도 여호와를 경외하지 않는 삶은 결국 헛것이 되고 물거품으로 끝나고 말 것입니다. 그러기에 겉으로 보이는 것에 매이지 말고, 오직 하나님만을 주목해야 합니다. 자꾸 엉뚱한 데로 향하는 우리의 눈을 하나님께 고정해야 합니다. 그럴 때 참으로 지혜로운 삶, 지혜로운 가정, 지혜로운 공동체, 지혜로운 사역이 될 것입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