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 30:18~33/ 힘을 주어야 할 때와 힘을 빼야 할 때를 분별하는 지혜
세상의 이치를 다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세상의 일들에는 감추어진 것들이 많습니다. 지혜로운 자는 그러한 사실을 겸허히 인정합니다. 미련한 자들은 모든 것을 다 아는 거처럼 우쭐댑니다. 모든 이치를 다 알고 있는 양 떠벌이기도 합니다. 흔히 심증(心證)은 있는데 물증(物證)이 없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데 일의 결과는 눈으로 보고 있지만, 명확한 근거를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은 것이 세상의 일입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에서는 기이하게 여기지만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일들을 17절부터 20절까지 열거하고 있습니다.
또한 21절부터 23절에서는 세상에서 일어나면 안 되는데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종이 임금 된 것을 비롯하여 본문의 내용은 마치 신분 사회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 같지만, 오히려 구약시대에는 요셉처럼 노예였던 자가 높은 자리에 오르는 일이 가끔씩 일어났던 일이었기에 신분의 문제라기보다는 자격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임금의 자질이 되지 않는데, 정결한 신부나 한 집의 안주인의 자리에 오를 자격이나 성품이 되지 않은 자들이 그 자리에 오르는 것에 대한 묘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격이 안 된 자가 어떤 자리에 오르면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이 고통을 받습니다. 그래서 잠언 기자는 세상이 견딜 수 없게 하는 것이라고 표현합니다(21절). 그런데 세상은 이해타산(利害打算)에 따라 자격이 없는 자를 어떤 자리에 앉히기도 하고, 자격이 충분한 자를 오히려 배척하는 일들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그 공동체가 신음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 세상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미물(微物)처럼 여겨지지만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움직이기거나 민첩하게 행동하는 곤충과 동물들을 예로 들고(24절~28절),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당당한 모습을 잃지 않는 동물들을 예로 들면서(29절~31절) 인간의 무지(無智)함과 어리석음을 꾸짖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32절은 “만일 네가 미련하여 스스로 높은 체하였거나 혹 악한 일을 도모하였거든 네 손으로 입을 막으라”고 말씀합니다. 교만하고 거만하게 굴거나 옳지 못한 일을 도모하였다면 부끄럽게 여기라고 조언합니다. 네 손으로 입을 막으라는 말은 스스로 입을 막고 부끄럽게 여기라는 의미입니다. 조신(操身)하라는 말입니다. 지혜는 지식과 다른 것입니다. 많은 학식이 있고,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지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식은 그리 많지 않아도 이치(理致)를 깨닫고 때에 맞게 잘 처신(處身)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러한 사람이 지혜로운 자입니다. 학식은 짧아도 지혜로웠던 예전의 아버지, 어머니를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조금 안다고 경거망동(輕擧妄動)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 앞에 먼저 겸허하게 서서 하나님의 지혜에 주목하는 것이 정말 필요합니다. 하나님 앞에 잠잠히 서서 하나님께서 어떻게 말씀하시는지를 주목하고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지혜로운 삶의 비결입니다.
33절은 “대저 젖을 저으면 엉긴 젖이 되고 코를 비틀면 피가 나는 것 같이 노를 격동하면 다툼이 남이니라”고 말씀합니다. 젖(우유)을 젖는 것이나 코를 비트는 것은 모두 힘을 가해서 휘젖고 비트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우유를 저으면 엉긴 젖(버터)이 만들어지고, 코를 비틀면 코피가 나온다고 말씀하는 것은 두 가지가 모두 힘이 가해져서 휘젖는 행위이지만 하나는 유익한 결과를 내고, 또 하나는 나쁜 결과를 내고 있음을 빗대고 있습니다. 지혜로운 자는 내가 힘을 가해야 할 때와 힘을 가하면 안 될 때를 잘 아는 자입니다. 어떤 것에는 힘을 가해야 하고, 어떤 것에는 힘을 빼야 할지를 잘 아는 자가 지혜로운 자입니다. 화가 잔뜩 나 있는 사람을 격동하면(휘저으면) 다툼만 나게 됩니다.
지혜로운 자는 이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많다는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겸손한 태도를 가진 자입니다. 지혜로운 자는 자기가 앉을 자리와 앉지 말아야 할 자리를 아는 자입니다. 지혜로운 자는 마치 자기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교만하지 않은 자입니다. 지혜로운 자는 때를 잘 아는 자입니다. 특히 지도자가 이러한 지혜를 가져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그가 속한 공동체는 유익하고 좋은 결과가 아니라 나쁜 결과로 고통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 제가 겸허한 모습으로 하나님 앞에서 늘 잠잠하게 하시고 하나님의 지혜를 늘 바라보며 경거망동하지 않고 하나님의 지혜에 따라 행하는 자가 되게 하옵소서.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