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묵상

사무엘하 14:1~20/ 풀어야 할 것을 풀어야 제대로 회복이 일어난다.

작성자
phil120
작성일
2022-10-10 07:48
조회
73

죄를 다룰 땐, 분명히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린 후에 나무랄 것은 나무라고, 용서할 것은 용서해야 합니다. 이러한 부분이 명확하지 않은 채 두루뭉술 넘어가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게 됩니다.

오늘 본문은 다윗의 장수인 요압이 그술로 피신한 압살롬을 다시 돌아오게 하려고 드고아의 한 여인을 이용하여 다윗 왕에게 거짓으로 상고(上告)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물론 다윗도 압살롬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음은 분명합니다. 사무엘하 13:39에도 “다윗 왕의 마음이 압살롬을 향하여 간절하니”라고 기록하고 있고, 이어지는 14:1도 “스루야의 아들 요압이 왕의 마음이 압살롬에게로 향하는 줄 알고”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죄를 지었더라도 아들을 향한 아비의 마음은 늘 안쓰러움과 안타까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제는 압살롬이 돌이켜 아버지에게로 돌아오길 원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입니다. 더 좋은 장면으로 연출되려면, 압살롬이 먼저 아버지인 다윗에게 찾아와 자기의 잘못을 자백하고 용서를 구하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면 아마도 다윗은 압살롬을 용서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압살롬은 그술로 피신하여 3년 동안이나 예루살렘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마 압살롬의 마음에는 원망으로 가득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 원망에는 암논이 다윗에게 부탁하여 자기 여동생 다말에게 암논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주라고 한 것도 포함되었을 것이고, 암논이 다말을 겁탈했음에도 다윗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가득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압살롬이 암논을 죽인 것은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윗 왕에게 나아와 내가 암논을 죽이는 죄를 지은 것에 대한 대가는 치르겠다고 하면서 암논에 대한 원망과 아버지 다윗에 대해 못마땅함을 호소하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압살롬은 자기 마음 속에 가득한 원망에만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다윗은 왕으로서, 그리고 암논과 압살롬의 아버지로서 만감(萬感)이 교차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가고 있는데, 요압이 나서서 한 여인을 동원하여 마치 자기가 당한 일인 것처럼 한 사건에 대해 호소하며 왕의 선처를 부탁합니다. 이 모든 것은 요압의 계책으로 이루어지게 되는데(2절, 3절), 이 여인은 자기의 두 아들이 싸우다가 결국 한 아들이 죽게 되었고, 주변 사람들은 자기 형제를 쳐 죽였다는 이유로 하나밖에 남지 않은 아들을 죽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나서서 곤란한 상황에 처했음을 호소합니다(4절~7절). 하나밖에 남지 않은 유일한 상속자를 죽이면, 대가 끊기는 상황인데 제발 자기 아들을 구해달라는 요청입니다. 이 호소를 들은 다윗은 선뜻 도와주겠다고 말하게 되는데(8절), 결국 다윗도 이 여인이 호소하는 모든 상황이 요압의 계책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18절~20절).

요압이 다윗의 마음을 읽고 압살롬과의 관계를 회복하게 하기 위해 이런 계책을 사용한 것을 뭐라고 탓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요압이 좀 더 지혜로웠다면, 무조건적인 관계 회복이 아니라 풀어야 할 것을 풀도록 도와주어야 했습니다. 즉 시시비비를 명확하게 하면서, 압살롬에게는 지은 죄에 대해서 철저한 자백과 회개가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고, 다윗에게는 압살롬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압살롬의 원망과 아픔을 헤아릴 수 있도록 도와야 했습니다. 그런데 상황을 연출하여 압살롬을 예루살렘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만 생각하였기에, 결국 압살롬이 예루살렘으로 돌아왔지만, 완전한 관계 회복과 화해는 일어나지 못한 것입니다.

우리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무조건 화목하게 지내라고 말하기가 쉽습니다. 죄를 지은 자가 있다면, 그 지은 죄에 대해서 분명히 해결하고 넘어가도록 해야 하고, 응어리진 마음의 상처와 아픔이 있다면 그 상처와 아픔이 아물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러한 중요한 부분이 해결되지 않고 겉으로만 화해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오히려 관계를 더 곪아가도록 하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풀어야 할 것을 풀어야 제대로 된 회복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내가 누군가의 사이에서 중재해야 한다면, 두 사람이 마땅히 풀어야 할 것들을 풀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무조건 서로 손을 맞잡고 화해하라고 하는 것은 마음 속 응어리를 더 굳게 만드는 것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안창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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