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묵상
잠언 24:23~34/ 바르게, 게으르지 않게
세상이 불공정하다고 불평하면서, 혹시 나 자신은 불공정하지 않았는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그놈의 정(情) 때문에…’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이 말은 제대로 하려면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하는데, 정(情) 때문에, 서로의 관계 때문에 뭔가를 해줄 때 하는 말입니다. 물론 서로의 관계와 정(情)으로 인해 자기가 할 수 있는 한계 안에서 뭔가를 베풀고 해주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하면 안 되는 것까지 하게 될 때 일어납니다.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말이 있습니다. 1988년에 교도소 이감(移監) 중에 탈주극을 벌였던 지강헌이라는 사람이 자기는 560만 원을 훔친 것 때문에 17년의 징역형을 받았는데,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이 전경환은 수백억 원의 횡령과 탈세 등을 저질렀어도 7년 징역형을 받는 것을 빗대어 그렇게 말하여 유명한 말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전경환은 징역 3년만 마친 후에 가석방되고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復權)이 되는 일이 일어났기에 언론을 통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엄정(嚴正)한 잣대로 판단하지 않고 자기와의 관계, 자신의 이득 여부 등을 따져서 왜곡된 판단이 나타나는 일이 세상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 말씀에서는 재판할 때에 낯을 보아주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씀하시고(23절), 악인을 옳다고 하거나(24절), 근거 없이 잘못된 증언을 통해 다른 사람에 대한 거짓증언을 하는 것(28절)은 옳지 못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것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 상황이 벌어지면 그런 일들이 내 주변에서도, 교회 안에서도 종종 벌어지곤 합니다. 정말 옳고 그른 것을 따지기보다는 나와 연관된 사람의 편에 서서 무조건 지지하거나, 무조건 비난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악인에 대해서는 악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25절). 그리고 바른 말을 해야 합니다. 26절은 “적당한 말로 대답함은 입맞춤과 같으니라”고 말씀하고 있는데, 이 말씀에서 적당(適當)한 말은 대충 둘러대는 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딱 맞는 말을 의미합니다. 이 말씀을 표준새번역 성경에서는 “바른말을 해주는 것이, 참된 우정이다”라고 번역했는데, 정말 그 사람을 위한다면 제대로 맞는 말을 해주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친구를 위한답시고 친구를 무조건 두둔하는 것은 친구를 잘못된 길로 이끄는 것과도 같습니다.
때로는 누구에게 나쁜 감정이 있거나 내게 불이익, 어려움을 주었던 이들에 대해서는 그것을 앙갚음하려는 마음으로 그 사람에 대한 나쁜 말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29절은 “너는 그가 내게 행함 같이 나도 그에게 행하여 그가 행한 대로 그 사람에게 갚겠다 말하지 말지니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너도 한번 당해봐라”라는 식의 분명한 근거도 없이 ‘아님 말고’라는 생각으로 무고(誣告)하는 것은 악한 일입니다.
“네 일을 밖에서 다스리며 너를 위하여 밭에서 준비하고 그 후에 네 집을 세울지니라”는 27절 말씀은 사실 좀 뜬금없는 말씀처럼 보입니다. 27절 전후의 말씀들은 서로 연관성을 가지고 이어지는 말씀인데, 27절만 동떨어져 있는 말씀처럼 느껴집니다. 굳이 27절 전후의 말씀과 연관시킨다면 네 일을 밖에서 다스리며 너를 위하여 밭에서 준비하라는 말씀은 여러 사람과 관계되어 일어나는 사회생활을 잘 관리하고 가정도 잘 세우라는 말씀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집 밖에서는 정확한 잣대 없이 공정하지 못하게 살아가면서 자기의 가정은 공정한 가정이 되도록 하기 위해 자녀들을 가르쳐 가정을 세워가려고 한다면 그러한 가정은 세워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직장과 사회생활 속에서 공정한 태도로 살아갈 때 자신의 가정도 그러한 가정으로 세워질 것입니다.
또한 27절 말씀은 30절부터 34절의 말씀과 관련지어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30절 이후의 말씀은 게으름에 대한 경고입니다. 가시덤불과 엉겅퀴로 뒤덮이고 돌담도 무너져내린 포도밭을 보면서 이 포도원 주인의 게으름 때문에 포도원이 엉망이 되고 소득이 없게 될 것을 예견하면서 게으름에 대한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게으름은 가정을 망칠 수 있습니다. 27절의 말씀을 바깥 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생활, 즉 학업이나 직장의 업무 등을 잘 관리하며 성실할 때 가정도 든든히 세워질 수 있다는 말씀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30절부터 34절의 말씀은 우리에게 성실할 것을 요구합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미루지 말고, 대충 하지 말고 성실하게 잘 관리해야 함을 요청합니다. 내 게으름 때문에 우리 가정이, 우리 교회가 가시덤불로 가득한 것 같은 모습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내 게으름으로 인해 허물어져 내리는 담이 있어서도 안 되고, 불필요한 잡초들로 우거지게 해서도 안 되고, 열매를 맺어야 할 포도나무가 메말라 열매를 맺지 못하는 부실한 나무가 되게 해서도 안 됩니다. 제 때 밭을 갈아주고, 제 때 영양분을 공급해주어야 하고, 제 때 가지치기를 해주어야 하고, 다른 들짐승들이 들어와 포도밭을 해치지 않도록 담도 잘 세워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수확 때가 오면 열매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공부하는 사람은 지금 열심히 학업에 매진해야 합니다. 직장 생활하는 사람은 지금 주어진 업무를 최선을 다해서 잘 감당해야 합니다. 교회의 사역 역시 최선을 다해서 부지런히 해야 합니다. 그래야 건강한 삶, 건강한 공동체, 건강한 가정이 세워질 수 있습니다.
오늘도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최선을 다해서 해나가는 하루가 되도록 하옵시고, 공정한 태도로 하루를 살아가게 하옵소서!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