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묵상

사무엘상 25:23~44/ 브레이크를 거는 자, 브레이크에 멈출 줄 아는 자

작성자
phil120
작성일
2022-06-17 10:05
조회
71

자동차는 매우 유용한 도구이지만,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는 무서운 흉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인생에도 때론 제동(制動)장치가 작동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제동이 걸리지 않는 인생을 자기자신과 공동체에 엄청난 고통을 줄 수 있습니다.

나발의 홀대와 모욕으로 말미암아 나발의 집을 치기 위해 군사들과 함께 나발의 집으로 가는 중에 온갖 음식을 준비하여 다윗을 향해 가고 있는 나발의 아내 아비가일이 서로 맞닥뜨렸습니다. 아비가일은 다윗을 만나자 나귀에서 내려 다윗에게 엎드려 절하며 다윗의 분노를 누그러뜨립니다(23절~31절). 자기의 남편 나발이 매우 무례하게 행동했으니 그것은 정말 잘못한 일이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자기 남편의 성품이 매우 어리석어 그러한 것인데, 이러한 미련하고 보잘것없는 자기 남편에게 다윗이 직접 보복하면 오히려 다윗에게 유익이 되지 않음을 구구절절이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이 아비가일의 이야기는 다윗이 충분히 공감할만한 것이었습니다. 아비가일은 시종일관 주권자이신 하나님의 관점에서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다윗은 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장차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될 분이시고(30절) 나발로 인해 분노하여 나발의 집에 보복했다는 것은 오히려 다윗이 왕이 된 후에 오히려 흠이 될만한 일이 될 수 있기에(31절) 나발에 대한 보복은 하나님께 맡기라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하나님은 다윗을 보호하셔서 다윗의 생명을 보호해주실 것이며, 다윗의 대적은 하나님께서 물리치실 것이라고 말합니다(29절). 아비가일의 말은 하나님의 주권에 따라 다윗이 이스라엘의 왕이 될 것이며, 하나님께 사용될 하나님의 귀한 사람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구구절절 옳은 이야기였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매우 지혜로운 방법과 말로 다윗에게 읍소(泣訴)한 것입니다.

아비가일은 질주하는 분노의 열차를 멈추게 한 브레이크였습니다. 우리 주변엔 이렇게 브레이크 역할을 할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브레이크를 거는 사람은 매우 지혜로워야 합니다. 누군가 잘못된 행동을 한다고, 무조건 질타하고 옳은 이야기만 직설적으로 하는 사람들도 참 많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그들의 질타와 충고가 오히려 더 상대방을 자극하여 오히려 그 분노를 더 크게 만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잘못된 일에 제동을 걸려면, 매우 지혜로워야 합니다. 아비가일은 정성껏 예물을 준비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다윗을 만났을 때의 태도와 예의, 그리고 다윗에게 조목조목 이야기하는 것까지 모두 매우 지혜롭게 행동하고 말하였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아비가일에 대해 총명한 자라고 평가합니다(3절).

브레이크를 거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그 브레이크에 멈추는 사람도 필요합니다. 아무리 주변에서 만류해도 자기 감정과 자기 고집에 의해 멈추지 않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다윗은 아비가일의 충언에 정신을 차립니다. 그래서 아비가일로 인해 다윗은 하나님을 찬양합니다(32절). 자칫 자기가 불필요한 일에 과도하게 진노하여 자기에게 흠을 남길 수 있었지만, 아비가일로 인해 그러한 실수를 범하지 않게 되었음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래서 아비가일의 지혜를 칭찬하고 오히려 축복의 말을 합니다(33절). 지혜로운 브레이크, 그리고 그 브레이크에 멈출 줄 아는 지혜로운 자는 서로 어우러져 하나님의 일을 아름답게 이루어갑니다.

아비가일은 몰아칠 폭풍을 가라앉히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나발은 집에서 왕의 잔치처럼 잔치를 배설하고 즐기고 있었습니다(36절). 자칫 그날 죽을 수도 있었다는 위기도 모른 채 술에 취해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의 잔치를 배설할 것이라면, 다윗에게 후대(厚待)해도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나발의 어리석음과 악함을 표현해주고 있는 장면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본 아비가일은 그날 밤은 나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립니다(36절). 술에 취한 사람에게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보통 아비가일의 행동을 묘사할 때 “급히”라는 표현이 많이 등장합니다(18절, 23절, 34절, 42절). 문제가 생겼을 때 매우 신속하게 일을 처리했던 민첩한 여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신속하게 행동해야 할 땐 신속하게 행동하고, 차분히 기다려야 할 땐 기다리는 지혜가 있었습니다. 지혜로운 자는 완급(緩急)을 조절할 줄 아는 자입니다. 항상 서두르는 것도 아니고, 항상 느긋한 것도 아닙니다. 때에 따라 완급을 조절하는 자가 진짜 지혜로운 자입니다.

결국 나발은 하나님의 심판으로 인해 열흘 만에 죽습니다(38절). 술에서 깨어난 나발에게 아비가일은 자칫 다윗이 나발의 집을 쳐서 멸할 수도 있었다는 것을 이야기했는데, 그 말을 들은 나발은 몸이 돌과 같이 되었다고 기록합니다(37절). 내 추측엔 아내가 전해준 말을 듣고 다윗에 대한 두려움과 더불어 너무 놀라고 충격을 받아 심장마비나 뇌출혈 같은 질병이 찾아와 몸이 마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죽습니다. 나발은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하나님의 심판을 받은 것입니다. 영적으로 민감하지 않으면, 하나님의 일하심의 흐름에 민감하지 않으면 이와 같이 어리석은 행동으로 인한 비참한 결말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공의로우신 분이시기에, 억울한 상황이나, 모욕적인 상황을 접하더라도 자기감정에 못 이겨 보복하려고 하지 않아도 하나님께서 공의의 심판을 행하실 것입니다. 그러한 하나님의 심판하심을 기다리는 것이 지혜입니다.

나발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다윗은 다시 하나님을 찬송합니다(39절). 그리고 아비가일을 자신의 아내로 삼기 위해 사람들을 아비가일에게 보냈는데, 아비가일은 이를 수락하여 다윗에게 가서 다윗의 아내가 됩니다(40절~42절). 나발이 죽은 후 최소한의 애도 시간을 보냈을 것입니다(보통 이스라엘에서는 남편이 죽으면 7일 동안 애도의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다윗은 또 이스르엘 사람 아히노암을 아내로 맞이합니다. 이어지는 44절은 다윗의 아내인 미갈을 사울이 발디에게 시집보냈다고 기록합니다. 아마 사울이 미갈을 발디에게 주었다는 것을 다윗이 들은 후에 아비가일과 아히노암을 아내로 맞이했을 것이라 보입니다. 44절은 다윗이 두 아내를 맞이하게 된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여러 아내를 맞이한 것은 그 당시 왕들의 정략결혼이 보편화되었기 때문이었기에 다윗도 자기의 정치적 기반을 든든히 하기 위해 여러 아내를 두었을 것이라 보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에게 한 남자가 한 여자와 결혼하도록 하셨습니다. 결국 다윗도 여러 아내를 둔 탓에 그 아내들이 각각 낳은 아들들로 인해 아들끼리 서로 싸우고, 다윗도 아들에게 배역을 당하는 고통을 감수하게 됩니다.

아비가일은 매우 지혜롭고, 결단력 있고, 옳은 판단이라 여겨지면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여인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향한 온전한 믿음이 있었던 자였습니다. 아비가일로 인해 다윗은 자칫 흠이 될 수 있었던 실수를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시각에서 상황을 볼 수 있는 자, 그리고 하나님의 주권(主權)을 인정하며 하나님께서 행하시도록 하나님을 온전히 의지하는 자들을 통해 하나님의 역사(歷史)는 이루어져 갑니다. 나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때로는 멈추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잘못된 질주에 지혜로운 브레이크의 역할도 하는 자인지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안창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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