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묵상

잠언 9:1~18/ 거만한 자들의 헛된 지혜

작성자
phil120
작성일
2021-06-13 08:55
조회
150

자기가 지혜 있는 자인 양 남들에게 조언하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일에 모두 참견하며 자기 생각을 피력(披瀝)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자들 중에도 정말 지혜 있는 자들도 있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잘못된 생각임에도 지혜인 양 다른 이들에게 강조하여 말하는 것을 조심해야 합니다. 결혼을 앞둔 신랑이나 신부에게 그 친구들이 이런 조언을 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합니다. “신랑(신부)은 초반에 잡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평생 잡혀 살게 돼. 그러니 신혼 초반에 네 방식대로 확실히 밀어붙여.” 그래서 갓 결혼한 신랑, 신부가 초반부터 치열하게 싸우게 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서로 배려하고, 서로를 용납하고, 함께 맞추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친구들의 조언에 따라 이른바 “기 싸움”을 하며 불필요한 일에 에너지를 소진(消盡)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관계가 더 나빠집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어리석은 조언을 하는 이들의 모습이 나옵니다. 13절부터 17절에 그 내용이 나옵니다. 13절에 미련한 여인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생각 없이 한담(閑談)을 주고받으며 생각 없이 말하는 이들을 대표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이들은 자기의 경험이 최고의 진리라 여깁니다. 자기 길을 잘 가고 있는 이들에게 오히려 어리석다고 말하고 지혜 없는 자들에게 조언한답시고 한마디를 던집니다(15절, 16절). 그 말은 17절의 말입니다. “도둑질한 물이 달고 몰래 먹는 떡이 맛이 있다 하는도다.”(17절) 오래 전 제가 군인이었을 때에 부대 안에서도 종종 거짓이나 꾸며댄 말들이 오갈 때가 많았습니다. 특히 연애나 성적(性的)인 부분에 대해서 장황하게 말하는 이들이 많은데 변화가 없는 군 생활에 무료한 병사들은 키득거리며 그 이야기를 귀담아듣습니다. 일종의 처세술(處世術)과 같은 이야기들도 장황하게 펼쳐지기도 합니다. 아주 얄팍한 처세가 진리인 양 포장되기도 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그런 일들은 비일비재합니다. 자기의 전문 분야에서도 그러한 이야기들은 꽤 많이 떠돕니다. 그래서 마치 그것이 정석(定石)인 양 회자(膾炙)되기도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것들을 조심해야 합니다. 이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반면 지혜는 제대로 갖추어 사람들에게 지혜를 드러냅니다. 1절을 보면 “지혜가 그의 집을 짓고 일곱 기둥을 다듬고”라고 묘사하고 있는데 지혜는 그저 떠도는 풍문(風聞)같은 것이 아니라 집을 짓듯이 정교하게 체계가 잡혀 있습니다. 2절에도 “짐승을 잡으며 포도주를 혼합하여 상을 갖추고”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지혜는 제대로 갖추어 사람들에게 베풀어지는 식탁과 같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제대로 갖춘 집에, 제대로 갖춘 식탁에 초대합니다(3절~6절). 지혜는 우리를 향해 풍성한 생명과 명철의 길로 초대하고 있습니다(6절).

그런데 이렇게 어리석은 자들은 제대로 된 지혜를 이야기할 때 듣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리석은 자들은 지혜로운 자의 징계와 책망을 능욕하면서 지혜로운 자의 흠을 잡습니다(7절).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고, 아무리 지혜로운 조언이라도 거만한 자들에게는 그저 자신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로 여길 뿐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지혜 있는 자를 헐뜯고 심지어 공격해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거만한 자들을 책망하지 말라고 말씀합니다(8절). 그들이 그 책망을 듣고 돌이키기보다는 오히려 지혜로운 자를 미워하기 때문입니다. 지혜 있는 자는 책망을 받고 오히려 책망한 사람을 사랑합니다(8절). 저도 목회하면서 ‘이건 아니다’ 싶을 때 이리저리 알아듣도록 이야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신뢰 관계가 있다 싶어서 조언이나 책망을 했다가 오히려 ‘상처받았다’라며 관계가 어그러지는 경우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지혜로운 자, 의로운 자를 교훈하며 가르쳐야 합니다(9절). 다시 말하면 지혜로운 자, 의로운 자는 책망과 훈계와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자입니다. 이러한 자는 더욱 풍성한 지혜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지혜로운 자는 훈계와 가르침을 겸허하게 받아 유익을 누리게 될 것이지만, 그렇지 않고 거만한 자는 결국 해(害)를 얻게 될 것입니다(12절). 나는 겸손하게 훈계와 조언을 받을 태도가 갖추어져 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대형교회의 목사가 되거나, 어느 정도 갖추어진 이들 중에는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잘 안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혜로운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열려있을 때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있습니다.

참 지혜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옵니다. 10절은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자를 아는 것이 명철이니라”고 말씀합니다. 잠언에서 일관되게 말씀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하나님을 배제한 지혜는 참 지혜가 아닙니다. 하나님을 아는 이들은 지혜로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들은 겸손하게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조언이나 훈계를 들을 수 있는 귀를 열어놓고 하나님 앞에 겸손한 모습으로 서는 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