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9:13~23/ 안식일 규례는 보이고, 그리스도는 안 보이고….

38년 된 병자를 고쳐주셨을 때도 그러했는데, 이번엔 맹인을 고쳐준 것 때문에 예수님께 트집을 잡습니다. 한 사람이 병 나음을 입었다면 무엇보다 기뻐하고 축하해주어야 하는데, 뭔가 규율을 어긴 것이 없는가부터 찾는 이들이 바리새인들이었습니다. 맹인이 눈을 뜨게 된 사건은 엄청난 사건인데도 놀라움보다 안식일에 그 일을 행했다는 것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물론 굳이 따지자면 생명이 위독한 것도 아닌데, 안식일이 지난 그 다음 날 고쳐주어도 될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굳이 안식일임에도 불구하고 병자들을 고쳐주셨습니다. 주님께는 안식일보다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에게 주목하셨습니다. 주님은 안식일의 여러 규례들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셨습니다. 율법에도 안식일을 명하시면서 금지할 사항들에 대해 기록하고 있지만, 그 내용들은 대체적으로 “노동”을 하지 않고 쉬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탈무드(Talmud)의 미쉬나(Mischna)의 안식일에 대한 규정도 대체적으로 노동을 금하기 위한 내용들이 주를 이룹니다. 이러한 규율은 제대로 안식을 취하기 위하여 보다 명백하게 규정을 만든 것이지, 규정을 위해 안식일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바리새인들은 한 사람의 치유보다 안식일의 규례를 들먹거리면서 예수님을 트집 잡으려고 한 것입니다.

그래서 맹인 되었던 자에게 안식일에 눈을 뜨게 해 준 자가 누구냐고 묻습니다. 그리고 맹인 되었던 자에게 눈을 뜨게 해 준 자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묻습니다(17절). 이 맹인은 선지자라고 답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그 맹인이었던 자의 부모를 불러서 사실을 확인하면서 누가 눈을 뜨게 해주었는지를 묻습니다(18절, 19절). 이들의 질문은 맹인이 눈 뜨게 된 사실보다 눈을 뜨게 해 준 자가 누구인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상황을 볼 때 바리새인들은 이 맹인의 눈을 뜨게 해 준 자가 예수님이라는 사실을 아마 짐작했을 것입니다. 확실한 증거를 얻기 위해 맹인이었던 자와 그 부모에게 묻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맹인이었던 자의 부모도 제대로 답을 하지 않습니다(20절~23절). 예수님에 대해 그리스도라고 시인하면 출교하기로 결의된 상황이었기에 누구도 제대로 대답하기를 꺼려했습니다(22절). 자신의 아들이 눈을 뜨는 놀라운 축복을 받았는데도 두려움 때문에 그 부모는 제대로 시인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그리스도이신 예수님께서 놀라운 일을 행했지만, 그 누구도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시인하지도 않고 바리새인들은 오히려 그 일을 트집 잡고 있습니다. 계속하여 “나는 생명의 양식이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는 하나님께로부터 보내심을 받은 자다. 나는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왔다”고 말씀을 하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맹인의 눈을 뜨게 하는 놀라운 기적을 행하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리스도를 보지 못하고, 규율만 보았습니다. 지극히 주변적인 것들에 매여 정작 바라보아야 할 것은 바라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참된 안식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어두움 가운데 있던 우리에게 빛을 비추어 주신 분이십니다. 그런데 주변의 여러 상황들에 매여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지는 않은지, 예수님보다는 주변적인 것들에 매여 진정한 신앙의 고백을 회피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의 초점은 예수 그리스도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