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묵상

빌레몬서 1:17~25/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녹아 있는 공동체

작성자
phil120
작성일
2021-12-22 07:23
조회
97

누군가의 잘못이나 빚을 대신 갚겠다는 것은 상당한 애정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특히 당시의 천한 취급을 받던 종(노예)이 행한 모든 잘못과 빚을 내가 다 갚겠다고 말하는 바울 사도의 말은 무게감을 넘어 당황하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18절). 자기가 부리는 종(노예)이 자기 집에서 도망갔을 뿐만 아니라 뭔가를 훔쳐서 도망갔다면 그 책임을 묻는 것이 상례(常例)인데 바울 사도는 빌레몬에게 자기가 다 갚을 테니 그 책임을 묻지 말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바울은 친필로 이 편지를 쓰고 있다고 말합니다(19절). 그 당시 바울이 편지를 쓸 때에 일반적으로 대필을 시킨 후에 끝부분에서 서명처럼 자신의 친필로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마도 빌레몬에게 보내는 이 편지는 모든 내용을 바울이 친필로 쓴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오네시모를 용서하고 그가 행한 모든 잘못에 대해서는 묻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의 무게감을 더 강하게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빌레몬이 바울에게 빚진 것에 대해서 말하지 않겠다고 언급하기까지 합니다(19절). 빌레몬이 바울 사도를 통해 복음을 듣고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에 관한 내용이리라 여겨집니다. 이 복음의 빚은 물질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빚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울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빌레몬에게 압박을 가하려고 하는 의도라기보다는 바울의 부탁은 바울에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이런 부탁은 바울에게도 꽤 부담스러운 것이었을 수 있습니다. 돈을 훔쳐 달아난 노예를 용서할 뿐 아니라 형제처럼 여겨달라고 부탁할 뿐만 아니라 마치 바울을 대하듯이 대해 달라고(17절) 요청하는 것은 그 당시 사회 정서상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로서는 상식적이지 않은 요청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세상에서는 상식적이지 않은 것이 그리스도 안에서는 마땅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세상에서는 용서와 용납에 있어서 조건을 따질 때가 많습니다. 신분을 뛰어넘는 것이나 도에 지나칠 정도로 아량을 베푸는 것은 비상식적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 안에서는 한량없는 용서와 용납, 자비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고난을 당하시고 십자가에서 죽으셨다가 다시 부활하신 것은 죄악에 빠져있는, 도무지 용서받을만한 구석이란 전혀 없는 우리를 구원하시고 용서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조건을 따지지 않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와 주님으로 모셔 들이면 모든 것을 용서해주시고 구원을 베풀어주시는 것이 하나님의 한량없는 사랑입니다. 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라는 틀로 오네시모를 향한 바울의 요청을 바라본다면 충분히 이해가 될 수 있는 내용일 수 있습니다.

바울 사도는 빌레몬이 자신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여 줄 것을 확신하였습니다(21절). 바울은 빌레몬을 믿기 때문에 이러한 요청도 담대히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는 현장이 교회이며, 그리스도인들의 공동체이며,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것을 경험한다는 것이 기쁨이요, 평안이라고 고백합니다(20절). 우리 교회 안에서, 우리 공동체 안에서 이러한 일들이 일상처럼 경험되길 소망합니다.

바울 사도는 마지막 인사를 나누면서 에바브라, 마가, 아리스다고, 데마, 누가의 안부를 함께 전합니다. 이 안부는 말 그대로 안부이기도 하지만, 이들이 오네시모를 받아주면 좋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 마음을 같이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바울 한 명의 소망이 아니라 함께 그리스도인되고, 한 형제된 지체들이 마음을 함께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에바브라는 빌레몬이 속한 교회인 골로새교회를 처음 세워간 일꾼이었기에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한 공동체 안에서 용서하고, 용납하고, 신분과 관계없이 서로 한 형제가 되는 것은 모든 지체가 마음을 함께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 교회들이 이렇게 한 마음으로 주님의 뜻을 따르고,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이 되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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