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묵상

사사기 20:8~28/ 분노로 시작한 전쟁의 결과

작성자
phil120
작성일
2021-12-11 11:19
조회
164

에브라임 산지에 사는 한 레위인이 기브아에서 당한 참혹한 일로 촉발(觸發)된 이스라엘 백성의 분노는 극에 달했습니다. 그래서 기브아가 속한 베냐민 지파와 이스라엘 백성은 내전(內戰)을 치르게 됩니다. 사사가 일어나 이방민족과 싸우려고 할 때에는 매주 적은 숫자의 병사들이 동원되었었는데, 이번에는 같은 민족인 베냐민 지파와의 전쟁에 40만 명의 병사들이 동원됩니다(2절). 외부의 적과 싸우는 데 소홀히 하고 내부적 갈등에 목숨을 걸면 그 공동체는 와해되기 쉽습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대적은 사탄입니다. 그런데 교회 내부의 문제로 인해, 그것도 본질적인 것도 아닌 문제들 때문에 서로 갈등하고 치열하게 싸우는 것은 교회공동체를 무너뜨리는 매우 심각한 일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한 사람도 집으로 돌아가지 말고 베냐민 지파와 싸우자고 결의를 다집니다(8절, 9절). 이렇게 함으로써 베냐민 지파의 악행을 징계하겠다고 결의합니다(10절). 이 일에 이스라엘의 모든 사람이 하나 같이 합심했다고 11절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방민족의 침입과 악행에 대해 항거하는 일에는 소극적이었던 이스라엘 백성이 기브아에서 일어난 참혹한 사건에 대해 대동단결(大同團結)한 것입니다.

이러한 이스라엘 민족의 분노를 대하는 베냐민 지파의 대응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일단 이스라엘 백성의 대표자들이 베냐민 지파를 찾아가 두루 다니면서 기브아에서 벌어진 악행에 대해 책임을 묻습니다(12절). 그리고 기브아의 불량배들을 넘겨 달라고 요청합니다(13절). 그런데 베냐민 지파는 그 요구를 거부합니다(13절). 만약 베냐민 지파가 기브아에서 일어난 악행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그 일을 행한 이들을 잡아서 처리했다면 문제는 좀 더 쉽게 끝났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베냐민 지파는 병사들을 모아 맞서 싸울 채비를 합니다(14절~16절). 죄가 드러날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복하고 회개하는 일입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는 미쁘시고 의로우셔서 우리 죄를 사하시고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깨끗하게 하실 것입니다(요일 1:9). 그런데 오히려 대항하고 자기의 명분을 세워 맞서려고 하면 더 참혹한 결과를 맛보게 될 뿐입니다. 내 죄악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은 곧바로 자백하고 회개하는 것입니다. 변명하고, 자기의 명분을 주장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핑계를 대고 다른 사람을 탓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울 뿐입니다. 겸허하게 죄를 자백하고 회개하면 하나님은 더 이상 묻지 않으십니다.

결국 그렇게 전쟁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결정적인 실수를 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레위인이 당한 비참한 일에 대해서 하나님께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묻는 과정이 빠진 것이 바로 그 실수입니다. 본문을 읽다보면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께 베냐민 자손을 치러 갈 때 누가 먼저 올라가서 칠 것인지 묻는 것을 봅니다(18절). 23절에서도 베냐민 지차와 싸울까, 말까를 하나님께 묻습니다. 그때마다 하나님은 유다 지파가 먼저 올라가라고 답하시고, 올라가서 싸우라고 답하십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싸우러 나갔지만 거듭하여 패배하고 맙니다.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 기도해서 응답 받았는데 왜 패배를 하는 걸까요?’ 그런데 오늘 본문을 읽으면서 느끼는 뉘앙스는 이런 것입니다. 이미 전쟁을 하기로 결정하고 “누가 먼저 싸우러 가면 되겠느냐”는 질문에 하나님은 “늘 하던 대로 유다 지파가 먼저 올라가면 되겠지”라고 대답을 하셨고, 첫 번째 싸움에서 패한 이스라엘 백성이 울며 다시 물을 때에도 “다시 한번 올라가서 싸워봐”라는 식의 답변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입니다. “너희가 다 결정해 놓고 내게 묻는 것은 의미가 없어. 한번 네가 원하는 대로 해봐”하는 느낌의 말씀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패배를 경험한 이후에야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께 금식하며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고 제대로 된 질문을 하나님께 드립니다(26절). 그리고 27절에는 그 때에는 하나님의 언약궤가 거기 있었다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정중하게 하나님께 묻습니다. “우리가 베냐민 지파와 싸울까요, 말까요?”(28절) 그러자 하나님께서 이젠 분명히 말씀합니다. “올라가라. 내일은 내가 그를 네 손에 넘겨 주리라.”(28절) 앞서 싸웠던 두 번의 전쟁 전에는 이스라엘 백성이 분노에 가득 차서 하나님의 뜻을 묻는 것에 앞서 베냐민 지파를 징계하겠다는 자신들의 감정으로 행했습니다. 하나님께 묻는 것은 요식행위(要式行爲)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베냐민 지파뿐만이 아니라 온 이스라엘 민족이 영적으로 타락한 상태를 깨닫게 하시고 벌하시기 위해 하나님께 온전히 집중할 때까지 베냐민 지파와의 전쟁을 방치하신 것으로 여겨집니다. 때로는 우리가 기도하는 때에도 마찬가지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내 욕심이 가득한 상태로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태도를 갖지 않은 채 하나님께 기도하면 그 기도를 들으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대로 내버려 두시기도 하십니다. 야고보서 4:3에서는 “구하여도 받지 못함은 정욕으로 쓰려고 잘못 구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욕심으로 가득하여 구하는 기도는 아무리 열정적으로, 자주, 긴 시간 기도해도 그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 온전히 서서 하나님께 집중하여 하나님의 진정한 뜻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묻고 하나님께 구할 때 하나님은 비로소 우리를 온전히 인도하시기 시작합니다. 우리의 생각으로 가득한 채 하는 기도는 하나님의 뜻에 우리의 뜻을 제대로 맞출 때까지 효력이 없습니다. 우리의 생각을 하나님의 뜻에 제대로 맞추었을 때 우리의 기도가 능력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분노로, 우리의 흥분된 감정으로, 우리의 생각대로 결정을 하고, 그 결정을 이루어달라고 기도하는 것은 잘못된 기도입니다. 기도는 하나님께 내 뜻을 맞추는 것입니다. 내 생각보다 하나님의 뜻에 집중할 때 비로소 승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혹시 지금도 내가 먼저 우선이 되고 하나님은 내 생각을 이루게 하시는 분으로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을 잘 돌아보아야 합니다.

(안창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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