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상 9:1~9/ 성전보다 더 중요한 것

솔로몬이 성전 건축을 마친 후에 왕궁 건축을 시작했고, 왕궁 건축을 마친 때는 솔로몬이 왕으로 즉위한 후 24년 정도가 지난 후였습니다. 성전 건축을 완성하여 성전봉헌식과 기도를 한 후 약 13년 정도가 지난 시점이었습니다(1절). 이러한 때에 하나님께서 솔로몬에게 다시 나타나셔서 말씀하십니다. 열왕기상의 기록을 보면 성전봉헌식을 하며 솔로몬이 하나님께 드린 기도와 간구에 대해 하나님께서 어떤 응답을 하셨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습니다. 그런데 13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솔로몬이 왕궁 건축을 마쳤을 때에 솔로몬에게 나타나셔서 말씀하십니다. 아마 솔로몬이 성전 건축을 마친 후 왕궁을 건축하면서 왕궁 건축에 대해 많은 신경을 썼을 것입니다. 그러한 왕궁 건축이 완료되자 하나님께서는 솔로몬의 마음을 다시 한번 다잡기 위해 오늘의 말씀을 하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왕궁이 완성되었으니 자칫 화려한 왕궁으로 인해 교만해져서 하나님을 향한 초심(初心)을 잃을 수도 있는 때였으니 매우 시의적절(時宜適切)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님은 솔로몬의 기도에 대해 응답하시고 있음을 알리시면서 솔로몬이 건축한 성전을 거룩하게 구별하여 하나님의 이름을 영원히 그곳에 두며, 하나님의 눈길과 마음을 항상 성전에 두시겠다고 응답하십니다(3절). 솔로몬이 아무리 멋진 성전을 건축했다고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그 성전을 거룩하게 여겨 그 이름을 그곳에 두시지 않겠다고 하면 성전은 아무 쓸모가 없을 것입니다. 성전 건물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 성전을 거룩하게 구별하여 그곳에 하나님의 이름과 마음이 그곳에 있어야 비로소 진짜 성전이 되는 것입니다. 껍데기만으로는 진짜가 될 수 없습니다. 하나님 없는 교회, 하나님 없는 종교의식, 하나님 없는 믿음은 진짜가 아닙니다. 하나님은 솔로몬이 건축한 성전을 거룩하게 구별하셔서 하나님의 이름과 마음을 두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하나님은 성전에 갇혀계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하나님께서도 “내가 성전 안에 거하겠다”고 말씀하시지 않고 성전에 하나님의 이름과 눈길과 마음을 두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즉 성전을 늘 주목하여 그곳에서 드리는 기도와 예배를 받으시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온 우주의 어디에나 계시는 분이시지만, 성전에서 하나님을 뵈려고 나아오는 자들을 만나주시겠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어디에서나 하나님을 만나뵐 수 있지만, 성전은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일종의 가시적(可視的)인 중심(中心, Center)으로 여기시겠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성전이 있다는 것만으로 자동적인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4절부터 9절까지의 말씀을 통해 성전이 성전다워지려면 전제되어야 할 것들이 있다는 것을 말씀하십니다. 4절과 5절에서는 다윗이 그랬던 것처럼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그 법도와 율례를 지키면 다윗과 솔로몬에게서 이스라엘의 왕위가 끊어지지 않을 것이며, 그 왕위가 견고할 것이라고 약속하십니다. 그러나 6절 이후의 말씀처럼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하고, 그 말씀을 따르지 않으면서 다른 우상을 섬기고 경배하면 하나님의 징계가 임할 것이며, 결국 이스라엘이 하나님에게서 버려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7절에서는 심지어 “내 이름을 위하여 내가 거룩하게 구별한 이 성전이라도 내 앞에서 던져버리리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솔로몬이 마음을 다하여 건축한 성전이라고 해도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께 온전히 순종하지 않는다면 다 던져버리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성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성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을 온전히 경외(敬畏)하는 것이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살아가는 삶입니다. 만약 그러한 삶의 모습이 지켜지지 않으면 오히려 위용찬란(威容燦爛)한 성전도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8절, 9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짜 믿음입니다. 성전 건물이나 종교의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온전히 살아가면서, 하나님만을 온전히 경배하며 섬기는 것입니다.

성전을 성전 되게 하는 것은 하나님만을 향한 온전한 경배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삶입니다. 그런 것처럼 우리 그리스도인의 신앙도 하나님만을 향한 온전한 예배가 살아있어야 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잘 청종(聽從)하여 그 말씀대로 살아가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지금 나의 예배의 모습과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며 그 말씀에 따라 살아가는 삶의 모습은 어떠한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의 예배와 말씀의 삶은 어떠한지요?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