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묵상
로마서 14:1~12/ 함부로 다른 지체들을 비판하지 말라.
오늘 본문은 헬라어로 “아디아포라”(ἀδιάφορα)라고 불리는 부분에 대한 말씀입니다. “아디아포라”는 “상관없는” 혹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라는 의미를 지니는데, 스토아학파(Stoicism)의 철학자들이 많이 사용했던 개념으로, “비본질에 해당하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 명백하게 금하고 있거나, 반드시 하도록 하신 부분은 본질적인 부분이지만, 성경에서 명백하게 금하거나 행하라고 명하신 부분은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본질적인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말씀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는 두 가지 부분의 예를 들어 이 문제를 거론합니다. 그 하나는 먹는 것에 대한 것이고(2절, 3절), 또 하나는 절기(節氣)와 관련된 것입니다(5절, 6절). 로마의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도 몇 가지 부분에 대해 성도들끼리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 두 가지 부분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먹는 것에 대한 문제는, 정통 유대인들의 관습은 구약성경과 율법에 따라 우상에게 바쳐졌던 고기를 먹지 않고, 율법에서 금하고 있는 동물이나 음식을 먹지 않아야 하는데, 로마의 그리스도인들 중에는 이러한 것에 상관없이 그냥 먹었기에 이 부분에 대해 서로 갑론을박(甲論乙駁)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절기에 대한 문제는 안식일(정통 유대인들은 금요일 해질 때부터 토요일 해질 때까지 안식일로 지킵니다)을 지킬 것인가, 예수님이 부활하신 일요일을 주일(主日)로 지킬 것인가 하는 문제부터 구약성경에서 말씀하고 있는 절기를 정통 유대인들처럼 지켜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보입니다.
이에 대한 오늘 본문에서의 결론은 이렇게 비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것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라는 것입니다(1절~3절). 물론 “아디아포라”가 모든 것에 대해 면죄부(免罪符)를 주는 것은 아닙니다. 자칫 잘못하면 자유가 아니라 방종(放縱)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절에서 “믿음이 연약한 자를 너희가 받되 그의 의견을 비판하지 말라”고 말씀하고 있는데, “믿음이 연약한 자”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되, 아직 믿음이 성숙하지 못한 자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믿음이 강한 자는 그리스도를 위하여 그 무엇이든 스스로 금할 수 있고, 어떤 부분은 자신의 의지를 꺾고 행하려고 하지만, 믿음이 연약한 자는 아직 그렇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비본질적인 문제로 서로 갈등하면서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오히려 득(得)보다는 실(失)이 많을 것입니다.
바울은 서로 비판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우리 각자는 예수 그리스도의 종이기에 주님의 종을 우리가 함부로 비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4절). 그 종을 세워가시는 분은 주님이시기 때문에 주님께서 성령의 권능으로 그 종을 세워가시도록 주님께 맡기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씀합니다. 우리를 보다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세워가시는 분은 우리 주님이십니다. 성령께서 우리 각자에게 충만하게 임하셔서 우리를 이끌어가신다면 믿음이 강해지도록 세워가실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주님을 위해 살아가는 주님의 종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8절). 우리는 사나, 죽으나 주님의 것이기에 무엇을 하든 주님을 위해서 해야 하는 자들임을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부분이 명확해지면, 비본질적인 부분은 저절로 해결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비본질적인 부분에 대해서 왈가왈부(曰可曰否)하면서 서로 갈등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그들의 믿음에 따라 스스로 선택해가도록 존중해주어야 합니다. 만약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것이라면,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불필요하게 서로 날을 세워서 갈등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요즘 SNS에서 어떤 한 목사님의 발언이 파장(波長)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한 유명한 목사님이 말씀 중에 목사는 목회 사역에 전념해야 한다며, 목사가 목회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갖는 이중직(二重織)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 제기를 하신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부분도 본질적인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역을 더 잘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른 직업을 가지고 생계를 이어가시는 분들을 절대 폄하(貶下)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이왕이면 목회에 전념하면 정말 좋겠지만,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목사님들의 대부분은 그럴 형편이 안 되어 어쩔 수 없이 생계를 위해 이중직을 하시고 있는 것이고, 성경의 예를 보아도 구약의 선지자들이나 신약의 바울을 비롯하여 다른 직업을 가지고 사역을 감당했던 예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네가 어찌하여 네 형제를 비판하느냐? 어찌하여 네 형제를 업신여기느냐? 우리가 다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리라”라는 10절의 말씀을 유념(留念)해야 할 것입니다.
11절 말씀은 이사야 45:23의 말씀을 인용하고 있는데, 11절과 12절을 통해 이러한 모든 것들에 대해서 심판하시고 판단하실 분은 오로지 하나님뿐이시라는 말씀을 하시고 있습니다. 즉 비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 판단하여 비판하지 말고, 그 판단은 주님께 맡기라는 것입니다. 자기의 생각만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비판하면 한 공동체는 갈등에 휩싸이게 되고, 결국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는 하나 됨을 유지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예배 의식(儀式)의 방식, 먹고 마시는 문제, 절기를 지키는 것에 대한 관습, 신앙생활의 행습(行習)이나 스타일 등은 비본질적인 부분이 꽤 많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자기의 의견과 주장만 내세우기보다는 서로 받아주면서, 하나 됨을 이뤄가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너나 잘해라”라고 말씀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의 신앙생활에 무관심하라는 것이 압니다. 다른 사람들 비판하기보다는 자신을 말씀 앞에서 잘 다듬어가는 것이 더 중요한 부분이라는 말입니다. 혹시 비본질적인 부분인데도 나의 주장이나 의견을 너무 강하게 피력(披瀝)하면서 공동체의 하나 됨을 깨뜨리고 있는 부분이 있는지 자신을 살펴보면서, 본질적이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받아주는 아량을 품고, 주님께서 우리 각자의 믿음을 성숙하게 해주셔서 주님의 뜻에 온전히 따르는 자들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섬기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안창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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