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벗 뜨락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요즘 매스컴에서는 지난 10월 29일(토) 밤에 이태원에서 일어난 참사(慘事)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11월 5일 오전 현재, 사망자가 156명이나 되었으니 국내에서 일어난 인명 사고로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로 최대의 참사라고 할 수 있다. 이태원에서 열리는 할로윈(Halloween)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젊은이들이 대부분이어서 사망자는 10대와 20대가 주를 이루었다. 한창 젊음을 꽃피울 젊은이들이 참사를 당한 것이다.
지난 주일 아침에 일어나서 이태원 참사의 보도를 접하였는데, 내가 갖게 된 첫 마음은 황망(遑忙)함이었다. 할로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찾았던 젊은이들이 발 디딜 틈도 없는 급경사 골목길에서 떠밀리는 현장을 상상해보면 아찔하기 그지 없었다. 말 그대로 속수무책(束手無策)이었을 것이다. 불가항력(不可抗力)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황망하게 젊은 생명들이 유명(幽明)을 달리했다. 누군가의 자녀들이고, 누군가의 사랑하는 가족인 그들이 전혀 예상치도 않은 참사를 겪은 것이었다.
이태원의 할로윈 축제라는 것은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고 들었다. 이태원의 상가에 있는 가게들이나 상점들, 식당과 술집 등에서 할로윈 데이에 맞춰 분위기를 돋우고, 각각의 이벤트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예를 들어 이태원 상가연합회 등의 어떤 주관자가 나선 행사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니 할로윈 축제 때 이태원에 몰려들 인파에 대해 예상하고 대책을 준비하거나, 경찰 등에 협조를 요청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 그 지역의 경찰서에서 미리 대비를 했어야 했겠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진행되어 왔었고, 특별한 문제가 없었으니 자잘한 사건과 사고를 대비하는 정도로만 준비했을 것이다. 그런데 대형 사고가 터지고 만 것이다. 안일하게 대처한 것이 참사를 방지하지 못한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이 참사로 인해 정치권은 공방(攻防)을 거듭하며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면밀히 살펴 책임을 묻고, 다시는 그러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정말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이 참사로 인해 목숨을 잃은 이들의 가족들의 아픔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 삼는 것처럼 보이는 여러 행태들을 볼 때 가슴이 더 아프다. 안타깝게 생명을 잃은 이들은 그 무엇으로도 위로 받기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 이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함께 아파하고, 함께 슬퍼하고, 함께 울어주는 것이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죽음 앞에서 황망한 마음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유족들을 보다듬어 주는 것이다. 누가 이들이 당한 죽음의 원인을 속 시원히 말해줄 수 있을까?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납득이 되지 않을 죽음이다. 세상엔 정말 납득되지 않는 고통과 죽음이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교통사고로, 암(癌)으로, 알 수 있는 질병으로, 예기치 않은 사고로 생명을 잃는 이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그 아픔과 고통을 함께하는 것이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우는 것이 이러저러한 주장을 펼치는 것보다 우선이다. 왜 이리 말들이 많은가? 가슴에 그들의 슬픔이 저며온다….
(안창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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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함께아파하고함께슬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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