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벗 뜨락

추석 명절을 보내며

작성자
phil120
작성일
2022-09-10 21:37
조회
68

어제는 추석 명절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우리 민족의 양대 명절이라고 하면 설날과 추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다른 날들은 비교적 조용히 지나가더라도 이 두 명절엔 민족의 대이동이라고 할 정도로 고향을 방문하기 위해, 부모님을 찾아뵙기 위해, 가족들이 한 자리에서 만나기 위해 아주 긴 시간의 차량 정체를 감수하고 먼 길을 향해 이동한다. 그나마 기차나 비행기를 이용하는 이들은 좀 덜하지만, 자동차로 이동하는 이들은 고속도로나 국도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느림보 운행을 하여 고향을 찾고, 부모님을 찾는다. 이젠 온 가족들이 여행지로 가족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있지만, 이들도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내 부모님의 고향은 매우 지척인 황해도 신천과 연백이다. 강화도로 가서 보면 연백이 코 앞에 보이는 듯하다. 나의 부모님은 6.25 전쟁 때 이북에서 내려오신 분들이기에 남한에 가까운 친척이 없다. 어렸을 적 그나마 명절 때 가끔 만나 뵈었던 친척들은 부모님께도 사촌, 오촌 정도 되시는 분이 전부였다. 그러니 명절 때 온 가족이 만나기 위해 긴 여정의 여행을 떠난 적이 없다. 내가 어렸을 적엔 부모님과 우리 사남매, 이렇게 6명이 모이면 온 가족이 다 모인 것이었으니 명절 때 북적거리는 분위기를 내게 있어서 남의 일이었다. 부모님은 명절이 되면 이북에 남아있을 부모님(내게 조부모님)이나 형제들을 그리워하며 이북 이야기를 하시는 것이 레퍼토리(repertory)였다.

그나마 형제들이 결혼을 하고 나서 명절 때 모이는 가족의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워낙 오랫동안 명절을 간소하게 보냈던 우리 가족이었기에 명절날 아침에 좀 푸짐한 식사를 하고 나면 더 이상 할 일이 없었다. 설날엔 세배하는 것이 추가되었을 뿐이다. 더구나 형제들의 나이 터울이 많이 났기에 그 자녀들끼리 서로 재밌게 어울리는 것도 할 수 없었다. 어울려 논다기보다는 사촌 형이나 누나들이 사촌 동생들을 돌봐준다고 해야 맞는 말일 것이다. 물론 이제 다 성인이 되었기에 서로 어울릴 사이가 되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내겐 명절이 와도 다른 날들과 그다지 큰 차이를 느껴지지 않는다. 나와 내 아내의 부모님들이 모두 돌아가셨으니 부모님의 집에 방문할 일도 없고, 다른 가족의 집에 가서 하룻밤을 묵고 오는 일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명절이어도 그다지 북적거릴 것도, 부산스러울 것도 없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것은 아니다. 아내도 명절이 다가오면 전을 부치고, 나물을 무치고, 고기를 재면서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지만, 이전의 대가족이 함께 보내는 명절에 비하면 간소하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명절의 가장 큰 의미는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젠 아무리 모두 모이려고 해도, 여러 상황들로 인해 가족의 모든 구성원이 다 모이기는 힘들 수 있지만, 그나마 가장 많은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그동안 뜸했던 이야기를 나누며, 가족임을 확인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나님께서 주신 가족이니 귀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

(안창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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