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벗 뜨락
함께 만들어가는 교회
보통 새로운 교회가 개척되면 개척하는 목회자가 구현(具現)되어야 할 교회의 모습(교회의 건물이나 장소를 의미하는 말이 아니라 전체적인 교회의 모습을 의미)을 설계하고, 그 교회에 등록한 성도들은 목회자가 지향하는 교회를 향해 따라가게 된다. 나는 이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건 교회를 세워가는 하나의 방식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불신자(不信者)들을 예수 믿게 하여 교회의 구성원이 되거나, 주로 초신자(初信者)들로 구성된 교회일 경우에는 그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교회가 무엇이며, 어떻게 세워가야 성경적 교회인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교회는 목사 한 사람이 이끄는 대로 세워져 가기보다는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교회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목사는 한 교회공동체의 영적 지도자이자 교사이다. 그렇기에 한 교회공동체에서 목사가 갖는 영향력은 지대할 수밖에 없다. 지도자가 영향력을 갖지 못한다면 이미 지도자라고 하기 어렵다. 목사가 한 교회공동체의 지도자라면 많은 영향력을 가져야 정상이다. 물론 목사가 하나님 앞에 바로 서있고, 성경적인 목회를 지향하고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말이다. 아마 목사라면 그러한 전제는 충족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못한 목사들도 종종 보여서 문제가 되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믿기로는 성경적인 기초 위에 교회를 세워가려고 몸부림치는 목사들이 훨씬 더 많다고 본다.
나는 교회를 개척할 준비를 하면서, 새롭게 세워지는 교회는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세워가려고 하지 않는다. 등록하여 교회공동체의 성도가 될 지체들과 함께 세워가려고 한다. 물론 지도자이며 목사인 나로서는 이러이러한 교회를 세워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하나님께서 내 마음에 주신 것들도 많다. 그러나 내가 이러한 교회를 세워가려고 하니 성도들은 그대로 따라만 오라며 일방적으로 교회를 세워가고 싶지는 않다. 물론 그렇게 해도 교회는 세워져 가겠지만, 교회가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신 가족공동체라고 한다면 모두가 마음을 함께 모아 교회를 세워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목사가 일방적으로 앞서 가고 성도들은 무조건 따라오라고 하기보다는 세워갈 교회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 주어진 상황을 함께 고민하면서 교회를 세워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하나의 전제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성경적인 기초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를 함께 세워가는 것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고 타협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공통분모는 바로 성경이다. 어떤 부분은 비본질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러한 부분은 최대한 융통성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본질적인 부분이 훼손되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성경에서 말하는 기초적 원리나 정신을 벗어나면 안 된다.
많은 경우 지금까지 신앙생활을 하면서 경험했던 것에 기초해서 뭔가를 세워가려고 할 때가 많다. 내가 다녔던 교회의 시스템들, 내가 그동안 해왔던 관습들이 때로는 성경적인 교회를 세워감에 있어서 오히려 방해요소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그러한 부분들에 대해 보다 더 신중하게 성경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신학적 견해가 아니라 성경적 근거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물론 신학이라는 것도 성경을 기초로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신학에 신학이 더해지면서 성경은 제3자로 밀려날 때도 있기에 신학적 근거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성경적 기초를 잘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성도들이 함께 성경을 공부하고, 묵상하면서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교회, 하나님께서 이 시대에 필요로 하는 교회가 어떠한 교회공동체인지를 고민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교회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것이 정말 필요하다. 이렇게 함께 만들어가야 성도들도 우리 교회는 이래서 이런 교회로 세워져 가고 있다는 한 마음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함께 공부하고, 함께 의견을 나누고, 함께 고민하며 세워가는 것은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기나긴 과정들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성경을 함께 살펴보면서, 함께 기도하는 가운데, 우리 안에 한 성령님으로 역사하시는 마음으로 함께 교회공동체를 만들어간다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로 아름답게 세워져 가리라 믿는다. 그러한 교회가 세워지길 오늘도 하나님 앞에서 간절히 기도한다.
(글/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