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벗 뜨락
추석 명절은 가족의 추수감사절로
이번 주간은 추석 명절이 있는 주간이다. 한국에서 추석은 설날과 더불어 민족 대명절이라 불리며 흩어져 사는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덕담(德談)도 나누며 명절 음식을 함께 먹으며 즐겁게 지내는 꽤 중요한 명절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가족들이 오래간만에 모일 수 있는 자리조차 스스로 제한하는 상황이 되었다. 물론 요즈음에 들어서면서 명절을 맞이하는 분위기는 예전과 사뭇 달라져 있기는 했다. 번거롭게 차려왔던 명절 음식이 간소화되었다. 음식을 준비하는 이들은 명절이 즐거운 절기가 아니라 고통스러운 절기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젠 명절 때 아예 가족끼리 여행을 떠나는 풍경도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pandemic)이 시작되자 이젠 직계가족조차 만나는 것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명절 분위기는 더 썰렁해진 느낌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이나 외출도 자제하다 보니 더욱 그런 분위기가 되었다.
어떤 측면에서는 지나친 명절 준비로 인한 짐이 이러한 계기를 통해 간소화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 여겨지는 부분이 있다. 서로 만나 오래간만에 못다 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회포(懷抱)를 푸는 시간이 되어야 하는데 명절 음식을 준비하느라 너무 피곤하여 스트레스가 쌓이고 때로는 부부싸움이나 갈등의 요소가 되는 경우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젠 그러한 기대가 많이 감소되어 서로 얼굴을 보고 함께 만날 수만 있어도 너무 반가운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명절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아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나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이러한 명절은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설날은 새해의 첫날이기에 새해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새해에 하나님께서 주시는 비전(Vision)과 하나님의 인도하실 계획들을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함께 나누고 간구하는 절기로 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시간을 주관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심을 되새기는 절기가 되면 좋겠다. 그런가 하면 추석 명절은 원래 추수를 하면서 감사하는 절기인만큼 기독교의 추수감사절과 연계하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물론 추석과 추수감사절을 같은 시기에 진행하면 가족들을 찾아가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많아서 자기가 소속된 교회에 가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고, 집안의 행사와 교회의 행사가 겹치게 되어 준비도 쉽지 않은 만큼 쉽지 않은 문제이긴 하다. 그렇지만 미국의 추수감사절에 맞추어 11월 셋째 주일에 추수감사절을 지키는 것은 우리나라의 농경 환경과 서로 맞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추석은 가정의 추수감사절로 삼고, 교회에서는 예컨대 10월 둘째 주일 정도에 지킨다고 하면 서로 시간차가 생기면서도 그 정서는 이어질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 추석 명절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공급하시는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예배하는 절기가 되도록 하면 좋겠다.
이제 곧 추석이다. 지금은 농경시대는 아니지만 가족별로 모여 우리에게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감사의 예배로 나아가는 날이 되길 바란다.
(글/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