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묵상
출애굽기 32:1~14/ 우린 금송아지로 하나님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보이지 않으면 때론 보이는 가짜를 만들 때가 많습니다. 때로는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고, 때론 눈에 확실히 보이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본래의 자리를 잃지 말고 끝까지 믿음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진짜 믿음입니다. 물론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할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때에 믿음을 지켜내는 것이 진짜 믿음입니다.
모세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시내산으로 올라간 후에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모세가 내려오지 않자 이스라엘 백성은 불안해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모세의 인도에 따라 하나님의 일하심을 보았던 이스라엘 백성이었기에 지도자인 모세가 오랫동안 눈에 보이지 않고 시내 광야에 하릴없이 머무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가나안 땅을 약속의 땅으로 주시겠다고 하여 그곳을 향해 가고 있는데 도대체 지도자인 모세는 시내산에 올라서 감감무소식이니 조급증이 생겼을 것입니다.
그러자 백성들은 아론에게 찾아와 이렇게 말합니다. “일어나라. 우리를 위하여 우리를 인도할 신을 만들라. 이 모세 곧 우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사람은 어찌 되었는지 알지 못함이니라.”(1절) 가만히 있지 말고 일어나서 우리를 인도할 신을 만들라고 요청합니다. 일어나라, 신을 만들라는 단어가 명령형으로 쓰인 것을 보면 아론을 향한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백성의 닦달에 아론은 백성에게 금고리를 빼어 가리고 오라고 하여 부어 금송아지를 만듭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에게 “이는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너희의 신이로다”(4절)라고 공포(公布)합니다. 더 나아가 5절에서 “그 앞에 제단을 쌓고 이에 아론이 공포하여 이르되 내일은 여호와의 절일이니라”고 선포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그 금송아지 앞에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고, 앉아서 먹고 마시며 뛰놀았습니다(6절). 이 장면은 이방종교를 섬기는 이방인들이 우상을 섬기는 모습과 매우 흡사한 모습입니다.
아마도 이스라엘 백성이 수백 년 동안 애굽(이집트)에 거주하면서 애굽의 여러 신들을 보아왔을 것입니다. 애굽 사람들이 우상을 섬기는 모습들도 많이 보았을 것입니다. 애굽도 우상을 섬기는 제사장들이 상당한 권력을 갖고 있었던 때이기에 애굽의 문화에서 우상을 섬기는 그들의 모습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보면서 살았을 것입니다. 금송아지를 만든 것도 아마 애굽에서 섬기는 우상 중에 소의 형상을 가지고 있는 아피스(Apis) 신이나 므네비스(Mnevis) 신을 떠올리며 만들었을 수도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것들을 보며 살았던 이스라엘 백성이 금송아지를 만들어 하나님이라며 절하고 경배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세상의 흐름에 나도 모르게 젖어 살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옳고 그름의 판단도 하지 않고 세상의 흐름에 따라갈 때가 많습니다. 오히려 세상에서 보이는 것들이 더 분명하다고 여기기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가치를 따라 살아가는 것이 어렵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때론 기독교 신앙을 보이는 세상의 것들로 교묘하게 바꾸어 마치 그것이 진리인 양 우리 스스로를 속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때론 진짜 기도가 사라지고, 진짜 헌신이 사라지고, 진짜 예배가 사라지고, 진짜 공동체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엉뚱한 세상의 모양들로 치장된 가짜들이 판을 치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이 시대의 우리 교회들의 모습 속에서도 그러한 것이 발견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우리의 욕심과 우리의 필요에 따라 진짜 신앙이 아닌 교묘한 종교를 만들어 내기가 쉽습니다.
이러한 이스라엘 백성의 해괴(駭怪)한 모습에 하나님께서 진노하십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과 하나님의 말씀을 속히 떠나 우상을 만들고 그 우상에게 예배했다며(8절) 스라엘 백성을 향해 목이 뻣뻣한 백성이라고 진노하십니다(9절). 모세가 시내산에 머문 시간은 40일간이었습니다(이후에 모세가 십계명 돌판을 던져 깨뜨린 후 다시 시내산에 올라가 40일을 또 머물게 됩니다). 40일간이 길다면 긴 기간이지만 기다리다 지쳐 백성들이 금고리를 모아 금송아지를 제작하는 모든 과정들을 생각해본다면 그 기다리다가 우상을 만들겠다고 나선 시점은 약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때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볼 때 하나님 말씀처럼 정말 하나님을 속히 떠난 것입니다. 그 누구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고 말린 사람도 없었고, 아론도 하나님께 기도하며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인간은 정말 연약하고 부족한 존재임을 깨닫게 합니다.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그들을 진멸하고 모세를 통해서 하나님의 나라를 다시 세우겠다고 말씀하십니다(10절). 그러자 모세는 하나님께 중보의 기도를 시작합니다. 11절부터 13절까지 간절한 기도로 아브라함을 통해서 약속하신 하나님의 약속을 기억해달라며 하나님의 긍휼을 구합니다. 결국 하나님께서 모세의 기도를 들으시고 그 뜻을 돌이키셔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내릴 화를 거두십니다(14절). 누군가 잘못하고 있다면 지도자는 하나님께 긍휼을 기도해야 합니다. 함께 화를 내기보다는 공동체를 살리는 기도를 하나님께 드려야 합니다. 그래야 공동체가 회복될 수 있고, 공동체가 살아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혹시 우리가 원하는 모습의 금송아지를 만들어 내고는 하나님이라 여기며 섬기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의 신앙을 솔직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내세우고는 마치 하나님의 뜻인 양 포장하고는 있지 않은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신앙의 본질을 추구하기보다는 세상의 모습을 흉내 내려고 하고 있지 않은지 돌이켜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잘못 가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하나님께 진솔하게 내려놓고 하나님의 긍휼히 여기심을 간구하고, 회복을 위해 강력하게 기도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 시대의 교회들을 살릴 수가 있고, 우리의 어그러진 신앙을 살릴 수가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 내가 보기 원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의 본질을 분명히 따르면서 하나님을 온전히 믿고 따르는 진짜 믿음으로 오늘도 승리하길 기도합니다.
(안창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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